저는 제가 부족하다고 한 소리를 듣는 것에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제가 부족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게 어떠한 의무가 부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제게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그것을 수월히 이행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기피하고자 하는 마음은 우러나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이루어야 할 산적한 과제들에 힘겨워하지만 그것을 이윽고 즐겁게 이루어나갈 수 있는 자신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에게 부족하다고 한소리를 하면서 무엇이 부족한지는 스스로 체득하라는 무책임한 지적을 싫어합니다.
저는 저에게 의무를 부여하면서 제가 그것을 수행하는 동안 그 의무를 수행하지 않는 사람들끼리 즐겁게 놀겠다고 태연히 말해오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러면서 그 의무에 제가 스스로 부여하는 의미 이외에 그 어떠한 가치도 부여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은 더욱 싫어합니다.
MPEG에 와서의 단상이었습니다.
저 혼자만, 금요일 전체미팅이 끝날 때까지 체류하는 것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례적으로 빨리 끝나면 오후 6시, 늦으면 밤 10시쯤 끝난다고 합니다.
이미 오기 전부터 이번에 끝까지 남겠다고 호언장담했었고, 같이 온 다른 사람들은 모두 끝까지 남아 지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여차하면 제가 혼자 있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제가 그러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각자 마라케쉬에서의 시간을 보낼 것임도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남겠다는 사람 중 하나가 "우린 즐겁게 놀기로 했다? ^_^" 이러면서 대놓고 히죽하는 걸 보니까 기분좋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싹 날아가버리는군요.
심정적으로든 엎고 싶었는데 군번이 안 돼서 참았습니다.
네. 아무리 박사과정 진학예정자라도 전 연구실 내 최연소자고, 저 박사 졸업할 때까지 동갑내기라도 볼 수 있으면 다행인 사람 맞습니다. 더군다나 저 말을 한 사람은 기수도 나이도 저보다 많은 명실상부한 선배입니다. 말할 명분 없습니다. 꿇어야 합니다.
지금 마음 가다듬고 글을 쓰고는 있지만 여전히 짜증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래요. 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출장을 와도 기회가 충분히 된다면 자유롭게 이 이국의 거리를 만끽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을 다하고 제가 누릴 수 있으며 누리고자 하는 많은 즐거움을 누군가 빼앗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말해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기를 바라고, 그 일에 뚜렷한 가치가 부여되기를 바라며 그것이 다했을 때 무언가 내가 얻는 것이 눈에 보이기를 바랍니다.
돌려 말하자면 가치나 보상조차 부여해주지 않고 뭔가 시킨다면 저, 그건 정말로 싫습니다.
생의 모든 순간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이 즐겁다는 것도 마냥 놀고 먹으면서 즐겁겠다고 생각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도전을 준다면 받아들이고 그걸 넘기는 게 저의 즐거움이지만, 그걸 왜 넘겨야 하는지 확신도 가지지 못한 채로 이겨내야 한다면 전 그걸 언어도단 이상으로 생각할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직 미숙한 건지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비틀린 면을 제가 본 건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저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일단 미숙함이 분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유일한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PS.
이 포스팅은, 시일이 지나서 혹시 부끄러워지면 자진해서 비공개로 내리겠습니다. 이올린에 발행도 안 합니다. 널리 알려서 좋을 것 없는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지우겠다고 말하지 않는 건 여기 적은 내용이 적나라하다고는 하나 제 진심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http://www.cpsite.net/blog/trackback/129
-----저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일단 미숙함이 분명하고,-----
위의 망씀, 본인은 결코 인정할 수 없군요. 쓸쓸합니다. 저는 그대가 모르는 이웃입지요만.
감사합니다.
에...꽤 속상한 일을 겪으셨군요.
어떻게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여 직접적으로 이러이러한 것은 싫다는 것을 말하면 안될까요.
뭐 그 쪽 사정을 잘 모르니 주제넘는 이야기가 될 소지가 다분해서...
아무튼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살다보면 그런 날도 있겠지(...)와 기운내세요! 라는 두가지 말입니다.
넘겨야 할 많은 산맥들 중에 하나겠지요.
Hey, this is annie, i know you from facebook before, you can contact me by email, i hope we can be friend in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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